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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9일(수). 수요낭독회(18회, 한 여름 밤의 불꽃축제)
작성자 김동현 등록일 2020.11.10
반갑습니다. 합천평화고 사서 김동현입니다.

7월 29일(수)에는
오~랜만에 수요낭독회가 진행되었습니다.
6월 24일부터 '수준급' 자율동아리 학생들과 준비했습니다.
이번 수요낭독회는 '불꽃축제'를 컨셉으로
사회자: 박소영, 이하빈
낭독자: 강서윤, 김선혜, 박세리, 신지은, 이유찬,
김동현
연주자: 손지수
준비위원: 김선혜, 김라율, 김성권, 김수현, 황정희,
손지수, 이하빈, 이정민이

기획을 시작했으며, 무대 및 환경은 '스테이지' 자율동아리에서 꾸몄습니다.

스테이지: 구나영, 김민수, 박소영, 조유정,
강서윤, 김려원, 서예진, 이서영, 남지원,
강수현, 이정민, 조채영
4회에 걸쳐 '수준급'
자율동아리원들이 모여서 기획을 했습니다.

준비기간에
김라율, 황정희, 김수현, 김성권, 손지수 학생은
낭독자들의 발표준비를 도왔습니다.
틈틈이 '스테이지' 자율동아리원들이
도서관을 꾸밉니다.
연습 및 리허설을 마치고, 수요낭독회는 시작됩니다.
2학년 손지수 학생이 '여름방학' 곡을
신디로 연주를 하여 분위기를 잡았습니다.
사회자와 낭독자가 준비된 꽁트를 주고 받으며 본격적으로 낭독이 시작됩니다.
1학년 이유찬 학생은
달 샤베트(백희나)의 그림들을 PPT로 뛰우고는
그림책을 낭독했습니다.
저는 여행의 이유(김영하)를 낭독했습니다.

나에게도 두 가지 면이 다 있었다. 때로는 예측을 통해 결과를 통제하고 싶기도 했고, 그냥 제작진을 전적으로 믿어 버리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난 현재를 즐기고 싶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알 수도 없다. 그렇다면 그냥 현재를 즐기자. 현재는 무엇인가. 그것은 내가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 미래는 포기하고 현재에 집중하자고 생각했고 그것은 사실 내가 모든 여행에서 택하는 태도이기도 했다.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을 것과 잘 곳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미래에 대한 근심과 과거에 대한 후회를 줄이고 현재에 집중할 때, 인간은 흔들림 없는 평온의 상태에 근접한다.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정리했다. 그래, 나는 여행을 하고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청자는 그중 아주 일부를 보게 되겠지.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이 순간은 유일하며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자 마음이 조금, 아니 꽤 많이 편해졌다.
오랜만에 열린 수요낭독회에
학생들의 적극적인 경청이 좋았습니다.
처음 접해보는 낭독행사에
1학년도 기대보다 많이 참가했습니다.
2학년 박세리 학생은
딸에게 주는 레시피(공지영)을 낭독했습니다.

“새로 머리를 자르고 학교에 왔는데
‘어머 너 머리 어디서 잘랐어?’
이러면서 키득거린다든지 ,
‘대박이다!’ 이러면서 경멸하며 웃는 친구는
이제 더 이상 친구라고 부르지 마세요”
라고도 아이들에게 나는 말했어.

엄마는 이렇게 생각해.
너는 그런 친구들과 어울리면 안 되고 이런 친구를 만나야 한단다.
“물론 패션모델처럼 생기지는 않았지만, 너는 참 건강하고 아름다워. 네 얼굴이 뭐가 크다고 그러니?
너는 얼굴 작은 타조가 예쁘니 얼굴 큰 수사자가 예쁘니?
어떤 사람들은 타조가 예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얼굴 큰 수사자가 더 멋있어.”
이런 말을 하는 친구 말이야.

만일 어떤 친구와 만나고 집으로 돌아와 거울을 보는데 네 뺨이 싱싱하게 보이고 눈이 빤짝거리면서 아름다워 보이고
‘이 정도면 어디 내놔도 괜찮지 ?’하는 생각이 들고 왠지 책상에 앉아 차분히 일기라도 쓰거나 좋은 책을 읽고 싶어진다면,
그런 친구는 만나.

그런데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왠지 화가 나고 아이스크림, 짜장면, 라면, 불닭 볶음, 이런 게 막 먹고 싶어지면서
오늘따라 내가 왜 이렇게 밉지, 하는 생각이 들거든 그 친구하고의 만남을 자제해,

이게 엄마가 네게 줄 수 있는 인생 선배로서의 가장 단순한 충고야. 너는 네 인생의 주인이자 주인공이야.
길거리에 서서 네 인생을 구경하며 누가 너를 조롱하고 모욕하는 것을 내버려 둬서는 안 돼.
그러니 힘을 내! 이런 날 네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까? 뭐 먹고 싶어?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들어줄게. 난 항상 너의 편이니까.
2학년 신지은 학생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스미노 요루)를 낭독했습니다.

“벌집 뭐 뭐, 라고 하지 않았어? 벌레를 먹어?”
“너 혹시 모르는 거? 새끼보, 벌집양, 모두 소의 내장 부위 이름이야. 내가 내장 고기를 엄청 좋아하거든.”
“내장이라고? 소가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이름의 부위를 갖고 있어?”
“인간도 비슷하잖아? 팔꿈치 척골을 ‘퍼니 본’이라고 하던데.”
“그것도 어딘지 모르겠는데?”
“참고로, 스위트브레드는 소의 흉선 혹은 췌장이야.”
“혹시 소의 내장을 먹는 것도 병 치료의 일환인가?”
“아니 내가 내장 고기를 좋아하는 것뿐이야.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내장이라고 하거든. 내가 좋아하는 거, 내장!”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면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냐?”

잠시 뒤, 큼직한 접시 가득히 그녀가 주문한 내장 일습이 차려져 나왔다.
예상보다 훨씬 더 그로테스크한 모양새여서 나는 대부분의 식욕을 잃었다.
“이거 잘 구워졌어.”

매우 괴기한 모습의 내장에 영 손이 나가지 않는 나를 보다 못해 그녀가 오지랖도 넓게
우둘투둘 구멍이 뚫린 허연 것을 내 앞 접시에 놓아주었다.
먹을 것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주의를 갖고 있던 터라서 머뭇머뭇 입에 넣었다.
“어때, 맛있지?”

솔직히 식감도 좋고 향도 좋아서 예상보다 훨씬 맛있었지만, 뭔가 감쪽같이 당한 것 같아 내심 분통이 터졌기 때문에
그냥 고개를 갸우뚱하는 정도의 반응만 보여주었다. 나는 주로 고기를 그녀는 내장을 먹었다.

“나는 화장이 싫어”
나름대로 즐겁게 숯불 고기를 먹고 있는데 그녀가 명백히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화제를 꺼냈다.
“뭐라고?” 잘못 들었을 가능성도 있어서 일단 확인했더니 그녀는 재미있다는 얼굴로 되풀이했다.
“화장은 싫다니까. 죽은 뒤에 불에 구워지는 건 좀 그렇잖아?”
“그게 고기 구우면서 할 얘기야?”
“이 세상에서 진짜로 없어져 버리는 것 같아. 다들 먹어준다거나 하는 건 좀 어렵겠지?”
“고기 먹으면서 사체 처리하는 얘기는 하지 말자” “췌장은 네가 먹어도 좋아”
“내 얘기 듣고 있어?”
“누군가가 나를 먹어주면 영혼이 그 사람 안에서 계속 산다는 신앙도 외국에는 있다던데”
아무래도 라고 할까, 아니나 다를까 라고 할까, 내 말은 전혀 듣지 않는 눈치였다. 혹은 다 듣고 있으면서 무시하는 건가. 후자인 것 같다.
“안 될까?”
“윤리적으로는 안 될 걸. 법률적으로는 어떤지 검색해봐야 알겠지만”
“그래? 유감이다. 너한테 췌장은 못 주겠네”
“나는 전혀 필요 없는데.”
“먹고 싶지 않아?”
“너는 췌장 때문에 죽는 거잖아. 분명 네 영혼의 조각이 가장 많이 남았겠지. 근데 네 영혼은 몹시 시끄러울 거 같아.”
“맞아, 맞아.”
우와핫핫 하고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2학년 강서윤 학생은 란제리 소녀시대(김용희)를 낭독했습니다.

혜주와 진이 오빠가 무슨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고 있다. 계속 귀가 솔깃하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정말 좋던데요?”
“어? 다 읽었구나! 그렇지? 싱클레어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
진이 오빠의 낮게 공명하는 목소리 센베이 과자가 내 입에서 녹고 있다.
“오빠가 빌려줘서…. 그때….”
갑자기 빵집에 사람들이 들어오는 왁자지껄한 소리가 난다. 혜주의 말이 끊기다 연결되고 다시 끊긴다.
진이 오빠와 혜주는 서로 책을 빌려주는 사이구나! 데미안을 빌려줬구나? 언제?
나는 더욱 귀를 쫑긋한다. 온몸에 신경이 귓바퀴와 고막과 달팽이관에 모두 집중된다.
혜주와 진이 오빠 쪽으로 모인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이 구절이 정말 좋았어요. 그렇지? “압락사스..압락사스…. 압락삭스….
환한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신….
우리 안에 악마성과 신성이 있는 것은 압락삭스가 우리 속에서 상상의 날개를 펴기 때문이라는 거…
그것도 흥미로웠어요. 우리가 나무랄 대 없이 정상적인 인간이 되면 그때 압락삭스가 우리를 떠난다고.
그러면 우리는 우리의 사상을 담을 새로운 그릇을 찾아 떠나는 거라고 …”
“그래, 혜주야 우리 내면의 인도자는 우리 안에 있어 알에서 나오려 투쟁하고 있는 거야”
알은 뭐고 새는 뭐지? 알을 깨고 신에게로 날아가는 새.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이거 씹어라. 껌”
‘아니 이 상판대기는 뭐꼬’ 똥문이가 얼굴을 내 앞으로 내민다. 바리캉으로 머리를 잘못 밀었는지 머리가 쥐 파먹은 것 같다.
바리캉 기계 독이 올랐는지 까까머리 군데군데 붉은 종기까지 나 있다 똥문이는 히죽 웃더니 아카시아 껌을 건넨다.
“아…. 아 아니 됐다.”
“아카시아 껌 맛있다 씹어라”
“그. 그래” 마지못해 나는 아카시아 껌을 받아 껍질을 벗겨 우적우적 씹었다. 씹으면서 혜주와 진이 오빠 쪽을 번갈아 본다.
아버지가 씹는 은단 껌보다는 낫지 뭐….
“근데 어떤 가수 좋아하는데…”
“….”
“저…. 어떤 가수를….”
나는 그제야 다른 쪽에 있던 신경을 거두고 똥문이 얼굴을 본다.
“아니 그냥 좀…. 그냥 좀 이대로 있자. 이대로….”
나는 낮게 목소리를 깔고 힘을 주며 똥문이를 째려본다. 똥문이가 조금 움찔하는 표정이다. 그러니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으응. 그냥, 혜은이. 혜은이”
나는 귀찮은 듯 한마디 던진다. “응, 혜은이? 나도 혜은이 좋아하는데 정말인가?”
똥문이가 갑자기 반색한다. 혜은이는 ‘우리 돼지’가 좋아하는 가수거든.
“그러니까. 저번에 책 빌려줄 때 그 안에.”
이번에 다시 혜주 목소리다. 뭐 그 안에? 그 안에 뭐가 있다는 거지?
나는 궁금증이 목구멍까지 솟아 나와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다.
진이 오빠가 혜주에게 책을 빌려주면서 책 안에 뭔가를. 넣었다? 뭐 그런 이야긴가?
그런데 다시 내 온몸의 곤두선 신경을 싹둑싹둑 자르는 소리가 들렸다.

“혜은이 노래 중에서는 어떤 노래를.”
으윽 미칠 지경이다
“으응. 제3 한강교.”
갑자기 똥문이가 붉은 잇몸을 드러내고 웃는다.
“정말인가? 나도 그거 좋아하는데 혜은이가 디스코로 버전 업 해서 부른 노래잖아.
혜은이의 비음은 최고다 아이가 옛날 김추자 님은 먼 곳에도 비음이 끝내 주지만 혜은이의 비음도 환상이지 디스코 춤도 그렇고.”
“니, 니 내 말 듣고 있나?”
“..으응”
“야 이쩡희” 이정희 이정희 이정희 아 이젠 정말 돈다. “야 니 정말 이럴래? 나 바쁜데.. 자꾸 귀찮게 할래?”
나는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갑자기 진이 오빠, 기욱이, 빵집에 있는 모든 고등학생들이 나를 쳐다본다.
귀밑까지 빨갛게 달아오른다 목구멍이 바짝 타들어간다.
3학년 김선혜 학생은 언어의 온도(이기주)를 낭독하고는 그 감상을 말했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

이 책은 방금 같은 짧은 글들이 모여 있는 에세이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책이었다.
‘언어의 온도’라는 제목에 맞게 말이 글에 적용되고, 글이 생에 적용되는 내용이 있었다. 마치 온도가 옮겨가듯이 말이다.

대체적인 내용은 같았다. 여유를 가져야 비로소 다른 것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 것이라고.
나도 동감하는 내용이었다. 동시에 지겹도록 들어서 짜증이 나기도 하는 내용이었다.
나도 아는데 되지 않는 것을 가지고 저는 깨달았다는 양 써 내린 글 말이다.

이런 삐뚤어진 마인드를 가지고 살면 이 세상 모든 것과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책을 쓴 작가가 헛소리를 한다는 게 아니다.
아름다움을 느끼는데 여유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저 가서,
한낱 들풀을 보는 정도의 아름다움을 느끼더라도
혹은 그 정도의 아름다움조차 느끼지 못하더라도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행복에 많은 자격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말자. 행복에 얽매이지 말고, 그저 만족 하는 산 순간을 보내자.
만족한다면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다면, 그게 발전하는 것이고 스스로 나아가는 게 아닐까.
아름다운 것은 그것대로 가치가 있다. 너는, 나는 그 아름다움에 비견되지 않을 만큼의 가치가 있다.
누리는 것에 자격을 찾지 말자.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보자.
김선혜 학생은 '수준급' 자율동아리의 부장입니다.
이번 수요낭독회를 총괄하면서도, 갑자기 취소된 낭독자를 대신해 낭독했습니다.

황정희 학생은 낭독자들의 발표연출을 위해 조명을 담당했습니다.
김성권, 서채현 학생은 발표연출을 위해 음향, PPT를 담당했습니다.
김라율, 이정민 학생은 학생들이 낭독회를 즐길 수 있게 간식을 담당했습니다.
이번 수요낭독회의 간식은 구슬 아이스크림과 솜사탕이었습니다.
사회자, 낭독자, 참관자들의 소감을 나누고는
어두워져 가는 저녁에 1분간 불꽃을 내는 막대로 기분이 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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